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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EQ(에버퀘스트)라는 글로벌 온라인게임을 아니?

 

내가 중딩때 이 게임을 접했으니까 오오미 벌써 12년도 더된 추억의 게임이 되어버렸구나...

 

아마도 이 게임을 알고 있거나 접한 게이들은 대부분 20대 후반 이상이겠지.

 

간략히 소개하자면 강제 1인칭 시점의 RPG 온라인게임인데

 

리니지나 아이온처럼 한국내에만 서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에버퀘스트의 모든 서버가 전세계인들이 동시접속할 수 있는 지구촌 게임이지.

 

한국에서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 게임할때, 저녁먹고 접속한 양키성님들과 사냥을 즐길 수가 있다는 말씀.

 

이 게임을 만든회사가 SOE인가? SONY인가? 너무 오래되서 잘은 기억이 안나는데

 

나중에 NC가 한국 전용 서버 만들어서 수입했다가 운지한걸로 기억됨.

 

아무튼 스케일이 무지막지하게 방대하고 맵크기도 어마어마하고

 

난이도는 또 더럽게 어렵고 시벌 코쟁이들이랑 하는 게임이라 한글도 안써지고 영어안되면 의사소통 조또 힘들고 시.팔

 

특히 강제 1인칭 시점이란게 참 겜하기가 매미없이 좃같지.

 

오로지 정면만 바라볼 수 있다보니까 내 뒤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는 말씀.

 

대략 서든어택과 같은 FPS의 인터페이스로 RPG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봐.  아니 서든어택보다 훨씬더 불편하지.

 

왜냐면 마우스로 고개를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직접 키를 눌러서 방향을 돌린다음에 앞으로 직진을 해야하니 캐릭터 움직이기가 좃같이 불편해.

 

그렇게 좃같은 시점안에서 몬스터를 지정해 칼을 휘두르고 마법을 쓴다면?

 

어떻게 보면 마우스를 잘 안쓰고 키보드 위주로 하니 팔은 덜아프겠다 싶지만 차라리 팔아프고 더 빨리 캐릭을 조작하는게 속시원할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에버퀘스트만의 인터페이스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몰입감을 줘.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만큼 중독적이고 현실적이지. 그 향수가 아직까지 어른어른거려서 그 세계를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어.

 

근데 현실성이 지나쳐서 캐릭은 존.나게 안이쁜데

 

여자 드워프(수염난 것도 있음)나 여자 오우거 같은 씹극혐룩이 수두룩함.

 

암튼 게임에 관한 잡다한 소개글은 이쯤으로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내가 이 게임을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주된 이유는 극심한 중독현상 때문만은 아니야.

 

아마 제목을 보고 다들 그게 주된 이유라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어, 과연 무엇일까?

 

바로 전세계인들이 존재하는 서버 내에 같은 한국인 유저들 때문이었어.

 

나는 그 어리디 어린 나이에...

 

세계 속의 한국인이 씨.발 얼마나 죳같고 추악하고 위선적이며 더러운지를 깨달았지.

 

또한 나이 처먹은 어른들이라는게 얼마나 우월감 느끼기 좋아하는 존재들이고 얼마나 허영심과 허례허식에 젖은 존재들이며

 

얼마나 얄궃은 자존심을 내세우고 지키려고 애쓰고 또 얼마나 집단에 속하게 되면 타인을 배척하는지 알게됐지.

 

뭐 어찌됐건 내가 EQ라는 게임을 두달동안 접하게 되면서 같은 한국인들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받고 접었었는데

 

폐인은 폐인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게임폐인치고는 짧다고도 할 수 있는 그 두달여간 겪었던 슬프고도 비통한 추억의 썰을 풀어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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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버퀘스트를 처음 접한 건 죶중딩 2학년때였지 아마 겨울방학 시작하기 한달전쯤이었던걸로 기억해.

 

그 게임을 접하기 전에는 바람의나라 라는 게임에 심취해서 매일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그룹맺고 해골굴 깹굴 다니면서

 

진짜 여느 죶중딩들처럼 존나 쥐어박고 싶을만큼 시끄럽게 떠들며 '건곤대나이!' 를 육성으로 외치고 키보드를 눌러댔지.

 

그당시에 온라인게임을 전문으로 다루는 게임잡지가 있었는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아무튼

 

리니지나 바람이나 레드문과 같은 여러 온라인게임들을 서로다른 닉네임을 가진 글쓴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겪은걸 재미있게 쓴 그런 잡지였는데 존.나 재밌었지.

 

하여튼 그 잡지에 우연히 응모한 엽서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게임 CD를 보내준다는거야.

 

아싸 죶쿠나!! 몇일뒤 도착한 초록색 CD 박스를 보니

 

 

1.jpg

 

 

 

바로 이 CD였어.

 

그당시 나로서는 듣보잡의 생소한 게임으로밖에 안보여서

 

존나재미없겟닼ㅋㅋ 하고 친구들이랑 바람이나 계속하던 나는

 

문득 피시방 갈돈이 떨어져서(그때 바람 정액값 존나게 비싸서 피시방에서만 조금씩 했음) 

 

집에서 빈둥대다가 '그거나 해볼까?' 하고 에버퀘스트를 설치하게 된 것이 운명의 시작.

 

기나긴 설치와 로딩이 끝나자마자 나타나는 화면은 온통 씨.발 영어천지.

 

아이디를 만드는 방법도 모르겠어서 에이 지워야지 하다가 문득 게임잡지에서 이 게임을 가입하는 방법을 본듯하여서

 

게임잡지를 뒤져보니 가입하는 방법과 신용카드 적는 방법이 나와있네?

 

돈주고 파는 CD인데 왜 신용카드 번호를 적어야되지? 했는데 첫달은 무료고 다음달부터 카드값나간다는 사실을 알았지.

 

오오미 첫달무료면 한달만하고 지워야짘ㅋ 하면서 망설임 없이 어머니 몰래 지갑에서 BC카드를 꺼낸 불효를 저지름.

 

게다가 내 기억으론 한달요금도 1만5천이 안되었던지라 바람 정액에 비하면 존나 싸다는 생각에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어.

 

암튼 게임잡지 보면서 별문제없이 무사히 가입완료를 하고 캐릭터를 만드려는데 뭔놈의 종족이랑 직업이 글케 많던지.

 

또 하나같이 캐릭들이 매미없게 못생겻는지.

 

그나마 좀 화려하게 생긴 하이엘프를 선택 후, 나에게 익숙한 팔라딘이란 영단어가 보여서(디아2를 했엇기에)

 

결국 하이엘프 팔라딘으로 결정하고 캐릭이름은 영어밖에 안되기에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서 SuperZZang 으로 생성을 하게됐어.

 

지구촌 세계인들 속에서 이 SuperZZang 이라는 한국냄새 킁킁나는 이름이

 

훗날, 여리디여린 이 죶중딩의 마음 속에 비수를 꽂는 비운의 이름으로 되돌아올 줄 그때는 상상조차 못했지.

 

 

 

 

 

 

처음 캐릭을 만들고 나타난 세계는 와우.... 흡사 현실을 보는듯한 장소였어. 배경도 너무나 아름답고 말이지.

 

하이엘프들이 처음 시작하는 조그마한 수도원 같은 곳이었는데.... 그 경이로움도 잠시뿐... 씨.발 어디로가서 뭘해야될지 모르겠는거야

 

지도도 없고 씨.발 1인칭이다보니까 길찾기가 여간 빡세더라구.

 

게다가 이 게임은 밤낮에 따라 배경이 확 틀려지는데 처음 접할때는 밤이 되면 어두컴컴해서 진짜 마을밖으로 나가면 무서워서 지릴 정도야.

 

이건 뭐 비영사천문이나 노란비서나 텔레포트 같은 개념의 이동수단이 없어서

 

오로지 걷거다 배타고 조뺑이쳐서 다른 마을이나 사냥터로 이동해야 됨.

 

맵이 워낙 넓어야지 씨발 단체로 한지역 이동하는데 30분은 우습게 걸리니 씨발. 물론 고레벨 위자드가 돈 받고 그룹 텔레포트 같은 주문을 써주기도 하지만

 

이건 저렙때 꿈도 못꿀얘기고 나중에 레벨좀 높아지면 선공몹이 있는 위험지역을 어쩔 수 없이 지나칠때가 있는데

 

밤중에 길걷다가 뒤에 몬스터 갑자기 나타나서 뒤통수 치면 레알 빠따 든 호성성님보다 더 무섭다 진심... 심장이 벌렁거리고 동맥이 파열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기본적인 이동속도도 몬스터보다 느려서 결국 나보다 센 몬스터가 먼져치면 대부분 몇걸음 도망치다가 비참하게 그냥 뒤져야 됨.

 

그래서 쎈몬스터가 멀리서 보이면 사주경계하면서 한발한발 무슨 지뢰밭 걷듯이 존나 조심하게 걸어야되고....

 

현실적이어도 적당이 현실적이어야지 암만 생각해도 모든 온라인게임 중에 가장 극상의 난이도는 단연코 에버퀘스트가 갑이다.

 

그야말로 초보자가 하기엔 킹오브 헬게이트 게임!

 

암튼 난 어떤 무언가를 접하더라도 인내심이 있는편이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심하고 연구해보고 터득해보려고 하고 그 게임에 적응을 하려 애썼지.

 

문제는 씨.발 물어볼 사람이 없어 ㅜㅜ 다 외국인들만 있고 말수들은 또 더럽게 적어요....

 

중딩영어가 씨발 회화를 하면 얼마나했겠니. 가뜩이나 영어도 안되는데 게임 내 약어들은 또 얼마나 많던지....

 

첫날 접하고 난 소감은 매우매우 조작법이 어렵지만 그 오묘하고도 매력있는 분위기에 푹빠지고 말았어.

 

바람의나라 따윈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에버퀘스트라는 게임에 한큐에 중독이 됐지.

 

 

하지만...

 

그때당시 나의 게임매너는 그야말로 뻑킹김치맨, 어글리코리안 그 자체였어.

 

예의가 없다기 보단 게임 내 매너나 룰에 대해서 아예 백지 상태였지. 게다가 죶중딩 버프까지 있었고.

 

가령 바람의나라를 할땐 다람쥐를 잡든 자호를 잡든 해골을 잡든 내가 몬스터를 칠때 누가 옆에 다가와서 같이 치면

 

서로 말없이 누가 먼저 잡나보자 하고 열심히 치던게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행위였어. 그때 당시엔 전부 그랬어.

 

지금의 와우나 아이온이나 블소처럼 몹스틸에 관한 개념이 없었지.

 

또 가령 전갈굴에서 전갈을 잡으면 호박이 나오는데 어떤놈이 내가 전갈 잡는거 구경하고 있다가 전갈이 죽으면 쓱 무빙해서 호박주워먹어도

 

"씨발새꺄 왜먹어!' 하면 '내맘임 즐' 하면 땡인 무법천지 세계였지. 물론 아이템 뺏기면 포기하는 걸 당연시했고 죽자사자 그걸 돌려달라고 하는 놈이

 

ㅉㅉ 하며 바보취급을 당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죳같은 짱깨스러운 매너는 맞아.

 

문제는 내가 그따위 매너를 에버퀘스트상에서 그대로 적용시켰다는거지.

 

왜냐면 몰랐거든? 진짜로 몰라서.

 

음주운전은 했는데 술은 마시지 않았다 이런 모순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게임 내 유저들간에 존재하는 규칙 자체를 아예 몰랐고 남이 치면 나도 같이 옆에서 치고 그랬던거야.

 

원래 그 몹을 잡고있던 외국인이 영어로 화내면서 씨부리면 나는 상대방이 화난건지도 내가 잘못된건지도 모르고 옆에서 같이 쳐줘서 고마워하는줄로만 알고

 

hehehe welcome. welcome. 이러면서 같이 치는 병신력을 보여줬지.

 

내가 보여준 또다른 병신력은 하나 또 있었어.

 

바로 죶쵸딩죶중딩들의 종특이자 트레이드마크인 구걸.

 

흔히 바람의나라에서 지존급 유저나 갑부가 삐까번쩍한 옷 혹은 예쁜 망토나 웨딩드레스를 입고 북문이나 동문을 왓다리갓다리하면

 

항상 그 주변에는 내복을 입고 시프트 + ; + m 하고 굽신거리며 따라다니는 거지들이 우글우글했지.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그렇게 '님아 돈좀...' '와 멋있으시다... 저 100전만 주시면 안돼요?' 하고 따라다니면 귀찮은듯 어쩔수없다는듯 100전을 떨어뜨리고

 

휑하니 가버리고 운좋은 거지가 그 칸에 잽싸게 먼저 도달해서 줍고는 춤을 추곤했지.

 

그 병신력을 내가 에버퀘스트에서 그대로 보여준거야.

 

어쩌다 그 조그마한 수도원에 퀘스트 땜에 들린 고레벨 외국인이 왓다하면 부리나케 쫒아가서

 

'hi xxxx(그 캐릭터의 이름)' 을 외치고 'sorry excuseme. can you give me 10pp please T-T' 이질알을 떨었지.

 

그러면 외국인들은 두가지 패턴을 보이는데

 

첫번째는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면서 교환창을 열고 돈을 건내줬고

 

두번째는 이유를 묻고 내가 스펠을 배워야되는데 돈이 모자라다 이런식으로 사전찾아가면서 영어로 답하면 알겠다면서 줬지.

 

이런 저질행각들을 10렙까지 벌이다가.

 

어떤 50렙 만렙짜리 외국인 유저와 친해지게 되었어.

 

내가 기억하기론 그때당시 그 유저는 러시아 사람이었고 나이는 30쯤 된걸로 기억하는데 너무나 친절했고.

 

내가 했던 저질행각들을 짚어주면서 이런 행동들은 여기선 하면안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기까지 했지.

 

그때부터 깨달았어. 아 이 게임은 꼭 지켜야할 기본적인 룰이 있다는걸. 또 그 룰을 어기면 게임을 진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나는 그 매너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체득을 했지.

 

10렙이후로는 완전히 저질행각들을 버리고 외국식 게임매너에 금방 적응을 하고 동화가 됐어.

 

그러면서 늘 드는 생각이 도대체 한국인은 어디에 있는걸까? 였던거야.

 

게임잡지에서 보았는데 그때 '모렐툴'이라는 서버에 한국인이 많다고 나오길래 그 서버를 택했거든.

 

그런데 어딜 돌아다녀도 한국인은 쥐뿔도 안보이더라구.

 

왜일까 궁금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쓸쓸하게 말도 안통하는 외국인들과 근근히 몇마디 영어로 파티사냥을 하며 렙을 키웠지.

 

그러던 어느날 15렙쯤 되었을 때인가?

 

몇번 마주쳤던 외국인들이랑 사냥을 하고 있는데 파티원중 한명이 알파벳으로 한국어 같은 말을 쓰는거야.

 

그래서 어? 하고 내가 are you korean? 하니까 ne :) 이렇더라구.

 

나는 그때 너무 반가워서 'jeo do hanguk in i e yo ban ga wa yo  T-T' 이랬지.

 

죳중딩이지만 알파벳으로 한글자음모음 맞출줄은 알았거든.

 

그사람이 무슨 판타지소설에나 나올법한 근사한 영문이름이길래 여태까지 외국인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국인이었고 또 사흘간을 같이 사냥하면서 여태 몰랐던지라 깜짝놀랐지. 

 

그 한국인도 나처럼 놀랐을거라고 예상했지만 대답은 의외로 시큰둥했어.

 

'네 알고 있었어요 :)'   (지금부터 알파벳으로 쓴거지만 한글로 직역해서 쓸게)

 

이러더라구. 그래서 나는

 

'아 정말요? 저는 한국인이신줄 몰랐어요. 한국인 처음 만나서 신기하네요 ㅜㅜ 그런데 어떻게 한국인인거 아셨어요?'

 

'닉네임 보고 알았어요. 짱이 한국에서만 쓰는 단어니깐요.'

 

'아~ 그러셨구나. 잘부탁드립니다. 친하게 지내요.' 했더니

 

'네 :)' 이러구 말더라구.

 

그런데 말끝마다 :) 를 자주붙이길래 그게 무슨뜻이냐고 물어서 그때부터 그게 스마일을 눕힌 이모티콘이라는 걸 첨알게 됐어.

 

영어가 딸려서 외국인들한테 물어볼 엄두가 안났었는데 마침 한국인 만나서 물어보게 된거지.

 

알고보니 그 사람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파티원 한명도 한국사람이었던거야.

 

둘다 영어를 존나게 잘하더라고;;; 내가 둘다 외국인인줄 알았을 정도니....

 

희한한점은 이상하게 한국말을 쓰는걸 굉장히 꺼려하는듯했어.

 

내가 한국말로 말을 걸면 '네 네 :)'  이러고 말고 웬만해선 더는 얘기를 안하더라고?....

 

그러면서 영어로는 다른 외국인 파티원들이랑 웃고 떠들고 말존나게 많더라구....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은 나를 약간 무시하는건가? 아니면 영어에 익숙한 해외교포분들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지....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도 아니었어... 둘다 지방에 사는 토종 한국인이었어...




내가 외국인인줄로만 알았던 파티원 두명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고 말을 주고받았다는 얘기까지 했었지?

 

아무튼 그 둘을 알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친해지기가 어려웠어.

 

뭔가를 물어보거나 농담을 던져도 '네 :)' 이럴뿐 시종일관 한국말로 대화를 섞으려 하지 않았지.

 

난 그때부터 :) 라는 이모티콘이 조금씩 짜증나지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 두명의 한국인 캐릭터 이름 위에 영문으로 된 길드명이 표시되어 있었어.

 

지난일이니 굳이 밝히진 않고 R모 길드라고 명시해둘게. 그당시 모렐툴에서 게임했던 분들은 R자만 들어도 다 아리라 생각해.

 

그래서 나는 물었지.

 

'R모 길드에 한국인분들이 많나요?' 그러니까 또 'Ne :)"

 

나는 기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도 한국인인데 가입할 수 있을까요?' 라고 말하니

 

'우선 레벨 30부터 만들고 오세요. 물론 저희 둘은 트윙키구요.'  라고 대답하길래

 

'저... 죄송한데 트윙키라는게 뭐지요?' 하니까

 

'그런건 미리 찾아서 공부해두시는게 좋아요.' 하더라구.

 

나는 속으로 '씨발... 그냥 좀 알려주면 안되나?...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하는 좃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네 제가 찾아볼게요. :)" 똑같이 :) 붙이고 대답했지.

 

그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에버퀘스트 포럼(물론 해외서버만)이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게 되어서

 

트윙키가 뭔지 검색해보니깐 알고보니 '저레벨이지만 다른 고레벨 캐릭을 가진 유저. 즉, 좋은 아이템을 저레벨부터 쓸수 있는 재력을 갖춘 유저' 더군.

 

이게 정말 부러운 이유가. 에버퀘스트에선 대부분의 아이템에 레벨 제한이 없었어. 리니지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정말 값비싸고 희귀한 아이템도 구할수만 있다면야 1렙부터 껴서 쉽게 레벨을 올릴수가 있었지.

 

물론 그 두명의 한국인유저도 뭔가 비까번쩍한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그때 마음 속 깊이.............

 

바람의나라를 하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갑부 유저만 눈에 띄었다 하면  '니마 아템점....' 하던....

 

그 숨겨왔던 나의 구걸본능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참고 참고 또 참고

 

그 둘에게 템이나 돈구걸을 하진 않았어. 워낙 쌀쌀맞아서 줄 것 같지도 않았고.

 

하여튼 하이엘프의 고향(잘 기억은 안나지만 페이닥이라는 지명이었던 것 같아)을 기점으로

 

그곳과 멀지 않은 오크던젼에서 18레벨 정도까지 그들과 사냥을 했는데

 

나는 여기서 사고를 한 번 쳤지.

 

일명 트레인.

 

에버퀘스트라는 게임은 특별히 정해진 사냥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지역 곳곳에 몬스터가 소규모로 리젠되는 캠프가 있는데 이게 정말 이 게임만의 특별한 매력이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같은 레벨이라도 사냥할 서로 다른 장소가 수도 없이 많았고 이 레벨이 되면 어느 사냥터를 찾아가야 한다 라는 정해진 경로가 특별하게 없었어.

 

그만큼 자유도가 매우매우 높았지.

 

그 오크 던젼안에도 역시 여러군데의 캠프가 있었어. 약 세 마리에서 다섯마리씩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

 

그 몬스터들을 메즈(재우기), 풀링(화살이나 마법으로 몹 끌어오기) 등으로 한 마리씩 사냥을 하는게 기본적인 패턴이었어.

 

그래서 그 한국인 둘을 포함한 여섯명의 우리 파티원들은 어느 만만한 오크 세마리를 리젠될때마다 개패듯 패고 있었지.

 

정말 진짜.... 오크들 사냥하는건 정말 지긋지긋했던게....

 

시점이 1인칭이다 보니 그 더럽고냄새나는 오크면상을 강제아이컨택하면서 칼을 휘둘러야 됐어 ㅜㅜ

 

그래도 정말 뭐랄까 시점이 그렇다보니까 현실적이고 긴박감 넘치고 묘한 타격감이 있어서 매우 재밌었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뭔가 오크치고는 화려한(?)옷을 입고 있고 레어하게 생긴 커다란 오크 한마리가 우뚝 서있는거야.

 

분명히 아까까지는 없었는데 리젠된지 얼마안된것 같았어.

 

흡사 바람의나라에서 현철중검을 떨구는 해골대장과도 같았지.

 

나는 침을 질질흘렸어.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지 '씨발 저건 누가 잡기전에 먼저잡아야돼!'

 

에버퀘스트는 마나를 모두 소진하면 스펠북을 펼쳐서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되는데

 

파티원들 중에서 캐스터들이 마나가 오링났을때 될수있으면 그들이 마나를 채울때까지 기다려야 했어.

 

그런데 마나 차는 시간이 참 죶같이 오래걸린단말이지.

 

마찬가지로 그때도 우리 파티원들이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느라 앉아서 쉬고 있을때

 

나는 투핸드소드를 들고 그 부티나게 생긴 오크를 향해 혼자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했지.

 

마치 자신의 칼에 주문을 외던 마법기사 리나에 빙의된듯한 느낌이었어.

 

내가 먼저 한대 치고, 그 부티나게 생긴 오크 성님의 주먹질을 한대 맞았을 때,

 

나는 깨달았어.

 

딱 세 대 더맞으면 지옥에서 김대중 만나겠구나.

 

그순간 죶중딩 특유의 빠른 손놀림으로

 

나는 마법기사 리나에서 다시 우싸인볼트로 빙의한 채,

 

헠헠헠 존.나게 도망을 치기 시작했어. 눈앞이 하얗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파티원들은 깜짝놀라 일어나서 저마다 무기를 뽑아들었지만

 

나는 이미 꼬리에 불붙은 여우마냥 이곳저곳을 훼집고 다니고 있었지.

 

왜냐면 씨.발 길을 몰라서 일단 나가야 할 통로를 몰랐거든.

 

잠시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내 뒤를 쫒던 오크들이 15마리 이상으로 불어나 있다는 사실에 점점 팬티가 축축해졌어.

 

결국,

 

수많은 오크들의 죽빵세례를 받고

 

나는 운지했어.

 

다행인 것은 우리 파티원들은 무사했다는 점.

 

외국인 파티원들은 탄성을 지르며 저마다 lol 을 외쳤어. (나중에 lol 큰웃음을 뜻하는 건 알았지만 그땐 뭐라는지 아리송했지.)

 

지금생각해보면 참 외국인들은 긍정적인 샛키들이야.

 

파티원이 삽질했는데도 웃으며 농담을 해주다니.

 

나는 뒤늦게 망연자실 했어.

 

이 게임은 뒤지면 시체를 찾아야만 하는데 그 과정이 죳같이 어려웠거든.

 

바람의나라는 뒤지면 잡템이나 돈만 떨구고 성황당가서 정성을 보인담에 비영사천문으로 이동해서 다시 주으러 가면 되는데

 

(아니면 별 값어치 나가는 템 떨군거 아니면 그냥 부활만하거나.)

 

이건 씨.발 무기고 갑옷이고 액세서리고 모든 아이템이 싸그리 시체로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시체를 찾아야 했고

 

또 부활하는 장소가 죶같이 먼거리마다 있어서 다시 오는 시간이 엄청많이 걸렸어.

 

그뿐인가? 이 시체가 위치한 깊숙한 던젼에 다시 들어오려면 시.발 ㅜㅜ 입구에서부터 리젠된 몬스터들을 차근차근 다시 잡아가면서 와야했는데

 

한마디로 나땜에 조뺑이 치는거였지.

 

나는 존나게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우선 한국인 파티원에게 말했어.

 

'죄송합니다 ㅜㅜ 저렇게 쎈놈인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ㅜㅜ'

 

그의 대답은 이거였어 ' :( '

 

그 썩소가 담긴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마음이 덜컹 내려 앉더군...

 

차라리 '아놔 ㅅㅂ 머임 ㅡㅡ 님 똑바로 안함?' 이러면 '죄송 죄송;;;' 굽신거리는게 맘편할 것 같았어.

 

그 한국인이 이어서 말하길,

 

'네임드 몬스터는 웬만해선 먼저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트레인 내시면 안됩니다. 저희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 두명의 한국인은 가버렸어 ...

 

남은 파티원은 나와 외국인 세명.

 

뭐라고 자기들끼리 떠드는데 해석해보니까(이 게임할때 항상 영어사전 옆에다 두고 했음.)

 

아까 그 네임드 오크가 생각보다 세다는둥, 내가 도망치는 모습이 웃겼다는둥 하더라구.

 

그러고는 나보고 뉴비냐고 뭇길래 예스(뉴비라는 단어 정돈 알았음) 했지.

 

대충 분위기를 살피니 나때문에 열받아하는 것 같진 않았고

 

그냥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듯했어.

 

그 외국인들이 파티채팅으로 던전입구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더군.

 

그래서 나는 마을에서 부활을 했고

 

다시 던전입구로 걸어가는데만 30분 ㅜㅜ

 

던전은 어느 언덕위에 있었고 거기까지 가는 길목마다 존재한 잡스런 몹들을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피해야 했기에...

 

여튼 던전입구에 도착하니 오잉? 나를 기다리는 외국인 파티원들 옆에 내 시체가 놓여져 있는거야.

 

알고보니 살아있는 유저가 시체를 끌고 올 수 있는 기능이 있었고(일일히 끌어당기는 키를 누르며 앞으로 걸어야됨)

 

내가 오는 동안 얘네들이 친절하게 입구까지 내시체를 배달해준거였음.

 

나는 시발 ㅜㅜ 땡큐 소리 존나하고 삼천배올리고 외쿡성님들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렸지.

 

그리고 그 가버린 한국인들에게 귓말을 했어.

 

'시체 지금 찾았어요 죄송합니다 ㅜㅜ'

 

그러니까 한 10분 뒤인가?

 

'ne :)'  하고 답하더라고..........

 

첫 한국인유저와의 만남은 이토록 냉담했고 생각만큼 재미있지도 못했어. 별다른 도움받은 것도 없었고.

 

 

어찌되었건

 

그때 게임 내 목표가 생겼지.

 

어떻게든 레벨 30을 만들어서 그 R모 길드에 가입해보겠다고.

 

게임진행에 도움을 받으려는 것보단 우선 한국인들을 좀 많이 만나고 싶은 마음에...

 

레벨을 올리며 퀘스트를 깨더라도 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면서 재미있게 게임진행을 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레벨 30만들기가 나에겐 존.나게 어려웠어........

 

파티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냥 외에 해야될 것도 많고 길 익히는 것도 이동하는 것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으니깐.

 

레벨 20이 되었을 무렵,

 

나는 프리포트라는 곳으로 향했지.

 

그곳은 페이닥이라는 하이엘프의 고향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항구를 통하여

 

배를 타면 도착하는 머나먼 곳이었지만

 

그곳이 에버퀘스트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구역중 하나라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지.

 

어찌어찌하여 프리포트에 도착했고

 

나는 바인드를 해줄 캐스터만 찾는데 1시간이 걸렸지.

 

이 바인드라는게 아까 말했듯이

 

죽었을때 부활하는 장소를 결정해두는 것인데

 

근접공격을 위주로 하는 밀리 캐릭터들은 또 자기 혼자서 바인드도 못해요 시발............

 

캐스터에게 부탁해서 바인드를 해야됨.........

 

만약 바인드를 안하고 프리포트에서 뒤졌을 경우

 

나는 머나먼 고향 페이닥에서 부활하여 다시 2시간가량을 소모하여 이곳을 다시와야한다는 사실.

 

아무튼 프리포트에 도착했을땐 정말 촌동네 페이닥과 는 달리 어마어마한 인파가 있었지.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지금 생각해보아도 에버퀘스트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을 때 생기는 설레임이 정말 큰 게임이었어.

 

왜냐면 시점이 1인칭이기도 하고,

 

지역을 이동하는 동안 드는 시간과 공이 다른 게임에 비해서 무척 컸거든.

 

프리포트에 도착했을때 나의 설레임은 마치, 대한민국 7시멀티에서 20년을 살다가 천조국 뉴욕시티에 갓 상경한 듯한 느낌이었어.

 

이때가 아마 EQ를 접한지 20일쯤 되었을 무렵인것같아. 그리고 이때부터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나는 미친듯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 시작했지.

 

 

프리포트에 도착한순간부터 채팅창은 시끌벅적했어.

 

이 게임은 채팅을할때 캐릭터 옆에 말풍선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채팅창 하나로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개씹폐쇄적 게임이었어.

 

그래서 그 채팅창을 '일반채팅' '거래채팅' '외치기' 등등으로 분할해서 써야했지.

 

그 채팅창에 오가는 외쿡성님들의 대화들중 WTS 와 WTB 라는 단어들이 많이 보여서

 

알아보니 그것이 거래약자였어. Want to sell 그리고 Want to buy

 

그때부터 나는 거상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했지.

 

왜냐면 바람의나라 국내성 동문에서 내가 알아주는 장사치였었거든.

 

나는 해야될 사냥은 잠시 미뤄두고 그 프리포트에서 열흘간을 장사만했어.

 

처음엔 내가 기억하기론 박쥐날개나 뼈조각, 아니면 무슨 wisp이라는 반딧불 같은걸 잡으면 주는 둥그런 보석을

 

10개에서 20개씩 묶음으로 모아서 팔면

 

40~50 대 고렙성님들께서 비싼값에 사가곤 했어.

 

이게 정말 짭잘한 자본금 모으기였고. 어느 정도 자본금이 모이자 나는 어느정도 값어치가 나가는 무기나 지팡이 갑옷 마법사옷 같은 아이템들을

 

되도록 싸게 매입하여 좀더 비싼값에 되팔아 마진을 남기기 시작했고

 

내 죶중딩 장사꾼 기질은 바람에서보다 오히려 외쿡게임에서 더 잘통하더라구.

 

씨팔 바람에서는 몇전이라도 더 깎아달라고 생때부리고 사기꾼들도 더럽게 많아서 장사하는데 골치 많이 썪었었는데

 

이 외쿡게임은 물건값 깎는 사람도 드물고 사기꾼은 아예 제로고 암튼 장사하기가 존나게 편했어.

 

그래서 열흘 좀 넘게 영어사전 존나게 들여다보며 장사를 한 결과,

 

나는 20레벨에 아이템 이름이 잘 기억은 잘안나지만 어떤 휘황찬란한 풀셋방어구와 현철중검 비슷하게 생긴 비싼 양손무기를 들게됐지.

 

에버퀘스트는 다른 게임에 비해 아이템 착용부위가 존나게 많았는데

 

어깨 갑빠 허리 각반 뚜껑 귀고리 장갑 신발 등등 12가지가 넘었던걸로 기억해.

 

그것들 모두 40레벨이나 되어야 쓸법한 것들로 다 맞췄지.

 

그렇게 나는 20대 벤처사업가처럼 20레벨을 시작했고 30레벨이 코앞인 것처럼 느껴졌어.

 

그런데 문제가 있었는데....

 

장사도중 여러명의 한국인들을 만났지만

 

어찌된일인지 그누구도 반가워해주는 사람이 없더라구...

 

그때의 내 죶중딩 마인드로서는,

 

낮선 외국게임세계안에서 대화도 힘든 외쿡인들이랑만 부대끼는게 너무나도 쓸쓸했거든.

 

사실나는 죶중딩때 학교친구들도 많았고 활동적이고 또 성격도 쾌활했던 터라

 

생각해보면 에버퀘스트라는 게임에 그만큼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 쓸쓸함도 업었을텐데

 

그 게임에 완전히 빠져버리는 바람에  게임이 현실인양 어린나이에 받아들이다 보니까 한국인 친구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컸던게야.

 

결국 나는 1편에서도 말했던 그 가장 큰 에버퀘스트 포럼(사이트 이름이 생각이안남)에서 모렐툴섭 커뮤니티를 찾아가봤지.

 

친구할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만 나는 그 커뮤니티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됐어.

 

내가 모렐툴에서 한국인들 사이에 상당한 유명인사가 되어있었던거야.

 

몇가지 예를 들자면

 

 

 

Superzzang 이 구걸을 하고 있더군요 :)

 

ㅡ> 댓글 : 저도봤습니다만 :(

 

언제언제 Superzzang 이 트레인을 냈다는...

 

ㅡ> 댓글 : 그런 일이 있었나요? 조심해야겠네요.

 

Superzzang 이 누구길래 그래요?

 

ㅡ> 댓글 : 하이엘프 팔라딘인데 요새 프리포트에서 자주 보이네요. 볼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진다는...

 

 

 

이런 식의 씹썬비+오덕체 비슷한 글들이었지.

 

나는 씨팔 기가차는건 둘째치고,

 

그 짧은 시간 언제 이렇게 나에 대한 소문이 돌고돌았는지 깜짝 놀랐어.

 

내가 겜한지 얼마나됐다고 이렇게 남을 뒤에서 씹어대는지 신기하기까지 했지.

 

그것도 대부분이 적어야 20대초반이고 30대 어른들이 많았었거든.

 

정말 이해가 안됐어. 나이처먹고 씨팔 어린애 뒷담이나 까고(물론 내가 죳중딩인걸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게 그렇게 눈꼴이 시려웠을까?....

 

내가 게임 내 규칙과 매너는 몰랐어도 니네자신들에게 그렇게 큰 피해를 줬냐?

 

니넨 씨팔 첨부터 다 알고했냐?

 

내가 뉴비티 팍팍내는데도 같은 한국인이면서 누구하나 좀 친절하게 가르켜준 새끼가 있긴한가?

 

등등 별 생각이 다들고 그래서 만나는 한국인씹쌔끼들마다 나를 그렇게 쌩까고 모른체했구나 싶더라.

 

게다가 어린나이다보니 그 꼴같잖은글들이 더 가슴속깊이 파고들었지.

 

특히 그 씨팔 씹선비스런 말투가 너무 가식적이고 좆같게만 들렸어.

 

첨엔 어른들이라서 그렇게 점잖고 예의바른 말투만 쓰는구나 했는데 가면갈수록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얄밉게만 들려오더라구.

 

그때 그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악마가 피어올라 그 게시판에

 

"그래이 씨발라마들아 내가 그 Superzzang 죶중딩이다. 개지랄 함 떨어보까?"

 

라고 써보고도 싶었고, 아니면 죶중딩을 벼슬로 써먹어서

 

"제가 죶중딩인데 어려서 잘몰랐습니다 :( 이런일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라고도 써보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고

 

좆같아서 그냥 사전보기 조또 불편해도 외국인 친구들이랑만 겜해야겠다 싶었어.

 

뭐씨팔 한국새끼들한테 도움을 바란 것도 아니고 도움을 준 적도 없었고

 

씨팔 R모길드고모고 조까고 걍 나혼자 알아서 쳐한다 다짐했지.

 

 

 지난번에 에버퀘스트 포럼 커뮤니티에서 내 험담을 듣고 빡친것까지 얘길 꺼냈지?

 

저번에 올렸던 글 댓글들을 보니 이런 얘기들이 있더라구.

 

'니가 얼마나 눈치없이 얘길걸고 그랬으면 한국인들이 싫어하겠느냐.'

 

혹은

 

'그렇다고 니가 비매너 짓을 한 것은 잘한 짓이냐.'

 

다 맞는말이야. 내가 잘못한 것이 맞지. 그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당시 모렐툴 서버에서 게임하는 모든 유저를 상대로 내가 한달이고 두달이고 장시간 동안 구걸을 하거나 트레인을 낸건 아니야.

 

내 기억으로는 20레벨 이후부터는 전반적인 게임 내 룰과 매너를 깨치고 다른 평범한 유저들처럼 게임에 임했었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못했던 20레벨이 되기전까지의 시간은 대락 이주일 가량의 짧은 시기였지.

 

 그때 몇번의 사고를 쳤던 것이 그렇게 한국유저들 사이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날만큼 못마땅하고 용서될 수 없는 행동이었던 것인지

 

그당시 내 죶중딩의 시각에서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던거야.

 

눈치없이 얘길걸었다는 것도 맞는 말이야.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때 내가 눈치가 없었으니까.

 

미리 알아놓은 게임지식은 하나도 없지.

 

에버퀘스트를 처음 접한 죶중딩이다보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것저것 신기한 것은 많고 호기심만 잔뜩일어나지.

 

어린마음에 누구하나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싶은데 외국인뿐이라 영어가 잘안되서 구체적인 정보를 습득 못하니 답답하지.

 

그래서 한국인만 보이면 너무나도 반가웠고, 또 필사적으로 끼어들어서 무언가를 계속 물어봤던 것 같아.

 

죶중딩이었던 내가 무슨 눈치가 있었겠어... 정말 귀찮았을거야....

 

하지만 아무리 죶중딩이라도 이런 생각은 했지...

 

본인들도 분명 초보인 시절이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초보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일까?

 

또 그들은 과연 하나부터 열까지 실수한 번 안하고 완벽한 게임진행을 이루어냈을까?

 

이런 생각들.

 

그러면서 그 커뮤니티 게시글들을 다시 하나하나 훑어봤는데,

 

'Superzzang X새끼 구걸이나 하는 순 나쁜새끼에요.' 와 같은 욕설이 담긴 글은 결코 없었어.

 

다만 마주치기 싫은 사람을 서로 공유하는 글만 존재할 뿐이었지.

 

모두가 점잖고 교양이 흐르는 나긋나긋한 말투를 썼어.

 

마치 궁궐에서 바퀴벌레와 마주친 귀부인들과 비유를 하면 적절할까?

 

차라리 애들처럼 나에게 욕이나 싸지르면 

 

보는이들로 하여금 욕하는 상대방과 나 사이만의 일로 여겨져 대충 넘어갈 법한 글이 되지만

 

누군가가 정말로 진지하게 나의 실수를 조목조목 집으니까

 

재판장에 나타난 여러명의 증인들처럼 그에 동조하는 다른이들이 나타나니

 

나로서는 그게 더 잔인하게 느껴졌던거야.

 

여럿 어른들의 입에서 나의 이름이 무슨 악명높은 수배자처럼 오르내리는 광경을 보고는 그만 풀이 기가 죽어버린거지.

 

내가 생각했던 어른들의 관대함이나 포용력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어.

 

자꾸 본론에서 새나가서 미안하고

 

어찌되었든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서,

 

그 커뮤니티의 글들을 본뒤로 다시 게임을 했는데 몹시 기분이 상하고 서운하더라고.

 

파티도 맺기 싫고 내가 모르는 한국유저가 주변에서 지켜보며 손가락질 하고 있을 것 같고.

 

프리포트를 나가면 오아시스와 통하는 산중턱의 동굴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 두어시간을 멍하니 있었어.

 

천천히 흥분이 가라앉자

 

한국인길드고 한국인친구고 뭐고 좆까! 하던 내 마음은 눈녹듯 사라지고 있었어.

 

게임 속 외로움이 커서 그렇게 하기엔 자신도 없었고 어떻게든 나쁜 이미지를 떨쳐낼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지.

 

어쨌든 다급한건 나니까 게임 내에서 살아갈 궁리를 했던거야.

 

그렇게 결국 내가 택한방법은 '그래 나도 씹선비가 되보자' 였어.

 

기존 한국유저들처럼 그 사이에 동화되길 원한거지.

 

그래서 그 커뮤니티에 다시 찾아가 글을 올렸어.

 

대략 '안녕하세요. 모렐툴섭 뉴비 Superzzang 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간단한 내 소개와 인삿글이었지.

 

내자신의 평판이 안좋다는걸 몰랐던 사람처럼, 또 이 게시판에 막 처음 발을 들인 것처럼 태연하게 썼지.

 

죶중딩에게도 자존심은 있었어.

 

초조하게 댓글을 기다리자,

 

 '반갑습니다 :)' 라는 댓글이 하나 달렸는데,

 

내 캐릭을 보고 인상이 찌푸려졌다는 글을 남겼던 바로 그 30대 아저씨새끼의 댓글이었지.

 

그리고 1시간을 또 기다렸지만 더이상 댓글은 없었어.

 

그래 그럴수도 있어...

 

하지만 그때 내가 실망했던 이유는 

 

그 게시판에 뭍히는 글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어.

 

새로운 누구 한명이 자기 소개를 하면 적어도 20개 이상의 댓글이 우르르 달리던 곳이었지.

 

죶중딩에게도 자존심은 있었어(2).

 

나는 그날 이후로, 꾸준히 하루에 한번씩 게임에서 겪었던 일과를 게시판에 글로 써서 올렸지.

 

'오늘은 몇렙이 되었고, 어떤 몬스터를 잡았고 죽었고, 어떤 아이템을 사고 팔았고, 어떤 파티원을 만났고.' 등등....

 

지금 내 글을 보는 게이들은 내 글이 재밌는지 어떨지 모르지만

 

죶중딩이었던 그때에 내자신이 글을 재미지게 쓰는 얄팍한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뼈와 살을 발라 매일매일 열심히 썼지만 나에게 댓글을 달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

 

낙심하진 않았어.

 

나는 존나 긍정적인 죶중딩이었거든.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나와 매일 귓말을 하고 여행을 하고 사냥을 할 한국인 친구가 언젠간 나타나리라 믿었지.

 

아무튼 아무도 댓글을 달아주지 않는 뻘글들을 연재하기 시작할 때가 20렙부터였고,

 

내 타고난 장사실력으로 열흘만에 값비싼 아이템을 두른 나는 빠르게 25렙을 달성하여

 

오아시스로 향했지.

 

광활한 사막엔 여기저기 몹들의 캠프가 있었고

 

그 여러곳에서 각자 사냥하는 파티들이 보였지만

 

나와 동렙인 그 어떤 누구도 나보다 템이 좋진 않았어 ㅋㅋㅋ

 

그런데

 

그때부터 나는 하나둘씩 낯익은 유저들과 마주치기 시작했어.

 

커뮤니피 게시판에서 보았던 그 낯익은 한국인 유저들의 캐릭터.

 

난 그때 겜을하면서도 게시판을 자주 눈팅했기 때문에 한국유저 캐릭들은 빠삭하게 봐왔었지.

 

한국유저들끼리 자기 캐릭이나 다른 사람과 같이 스크린샷 찍어서 올리고 그랬었거든.

 

내가 생각하기론 그때 해외섭 에버퀘스트를 하는 한국인들의 90퍼센트 이상이 그 커뮤니티를 이용했기 때문에

 

게시판에서 보았던 한국인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고 그사람은 게시판 닉네임이 무엇인지까지 줄줄이 꿰차고 있었지.

 

그리곤 아는 한국유저를 발견하면 이런 생각들을 했지.

 

'저사람 얼마전 네크로맨서 23렙이라고 글올렸었는데 지금은 25네. 2렙 올렸군.'

 

'저사람 무기 언제바꾸지. 여태 저거 차고 있네. 내가 갖고있는거 하나 주고 싶다.'

 

등등...

 

물론 생각일뿐.

 

그 한국유저들도 나를 결코 모를순 없지만 자기들끼리 인사들은 해도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한국인들은 아무도 없었지.

 

상대방 캐릭터를 클릭하고 H 를 누르면 채팅창에 자동으로 'Hail, 상대방 캐릭터이름' 이렇게 떴는데 인사하기가 아주 쉬웠지.

 

하지만 나한테 H 한번 눌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 ㅋㅋ

 

가끔씩 나에게 먼저 H 를 눌러주는 사람들은 전부 처음보는 외국인들뿐.

 

뭐 아무튼 나는 묵묵히 25렙부터 사막 외곽의 오아시스라는 곳에서 악어들을 사냥했는데,

 

이곳은 솔로잉(파티 없이 혼자 사냥하기)이 가능 했기도하고

 

팔라딘이라는 직업 자체가 솔로잉하기 좋았기 때문.

 

그러다가 조금 무료해지면 외치기창에서 파티원 구하는글 찾다가 파티에 껴서

 

근처의 집시캠프에서 인간형 몬스터를 잡고 놀았는데,

 

간혹 어쩌다가 내가 아는 한국유저가 포함된 파티에 끼게 되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지.

 

파티창에다 한국말 쓰지는 못하겠고,

 

귓말로 'Annyeong haseyo :)' 보내면 'Ne :)'  라고 답하곤 아무말 없음...

 

물론 그 한국유저는 파티창으로 다른 외국인들과 영어로 주저리주저리.

 

다음에 또 마주쳐서 내가 먼저 인사하면 쌩까기 시작...

 

대부분 내가 파티에서 마주친 한국유저들은 이런식이었음.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 사막에는 가끔씩 샌드자이언트 한마리가 돌아다녔어.

 

크기는 무지막지하게 크고 1인칭 시점이다보니 바로 앞에서 마주치면 자이언트의 커다란 신발만 보였는데

 

평화롭게 파티원들과 사냥하다가 등뒤에서 갑자기 나타났을 때의 그 공포감이란....

 

이 샌드자이언트란 놈은 선공몹이긴 하지만 평소에 느릿느릿 걸어서 미리 발견하면 거리를 조금만 두어도 피하기 쉬웠어.

 

다만 거리를 두지못해서 가까이 근접했을땐 이새끼가 갑자기 존.나 빨라지면서 쿵쾅쿵쾅 뛰어와 핵꿀밤을 날리고

 

대부분 20~30렙에선 핵꿀밤 네다섯방에 사망하고 말았지.

 

문제는 에버퀘스트라는 게임이 1인칭 시점이라는거야. 정면만 보며 칼질하다가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온 자이언트를 못보는 경우가 많기에

 

파티원들끼리 사냥하고 있다가 누군가 자이언트를 먼저 발견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파티창에다가 자이언트가 떴다고 얘기를 해야했지.

 

그러면 파티원 전체가 사냥을 중단하고 잠시 물러나 숨어있다가 자이언트가 사라지면 돌아와서 다시 사냥하곤 했지.

 

하여튼 샌드자이언트 존니 무서운 새끼인데

 

혼자서 악어잡으면서 솔로잉 하고 있을 때였어.

 

가까운 주변에서 마찬가지로 악어를 잡던 어느 한국유저가 있었는데 그사람 뒤에 샌드자이언트가 걸어오구 있는거야.

 

나는 준내 깜짝놀라서 GIANT!! 한마디만 외치고 후다닥 도망갔는데

 

그 한국유저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핵꿀밤 맞고 운지하고 말았어 :(

 

샌드자이언트가 사라진후 다시 그 한국유저한테 다가가봤지.

 

그런데 부활버튼을 안누르고 그냥 가만히 있더라구.

 

이겜은 캐릭터가 운지했을때 부활버튼을 누르면 바인드가 된 지정된 장소에서 부활하게 되고

 

그 쓰러져 있던 자신의 캐릭터는 [ '캐릭터 이름's corpse ] 이렇게 표시되어 시체로 남아있는데(나중에 다시 와서 그 시체를 룻팅해야됨),

 

만약 부활버튼을 누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쓰러진 상태에서 계속 있게되고 [ 캐릭터 이름 ] 만 표시된 채  뒤에 's corpse 는 붙지 않게 돼.

 

그래서 이사람이 죽어도 아직 부활버튼을 안눌렀구나 확인할 수 있지.

 

여튼 이사람이 부활안하고 쓰러져서 계속 있었는데 그냥 혼자 멀뚱히 바라보니 미안해지더라구.

 

'헉... 바인드 어디에 해두셨나요? ' 라고 말을 걸어봤는데 쌩....

 

다시 잡던 악어나 계속 잡으면서 힐끔힐끔 쓰러진 그 한국유저를 보고 있는데

 

한 10분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황금빛 철퇴를 들고 광채가 나는 갑옷을 입은 캐릭터 하나가 존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라?

 

그리곤 아까 그 운지한 사람 앞에 우뚝 서더니 주문을 외우는거야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하늘에서 노짱이 바라보는듯한 성스럽고 온화로운 기운이 빛으로 뻗어져나가기 시작했지.

 

마지막엔 그 빛이 쏴아아 흩뿌려지는데~

 

갑자기 그 운지한 한국유저가 심청이 아버지 눈뜨듯이 벌떡 일어나는거야.

 

오우 시.발!

 

난 그 장면을 보고 감탄하고 말았어.

 

정말이지 바람의나라에서 렙99도사가 부활써주는거랑은 차원이 틀렸어.

 

이건 엄청난 무지막지한 신의 영역처럼 보였지.

 

다시 시체찾아오러 조뺑이 칠 필요없이 이 얼마나 반갑고도 위대한 주문인가.

 

그 부활주문을 시전한 캐릭터는 레벨 60의 클레릭이었고 마찬가지로 한국유저였어.

 

나는 옆에서 'Oh my god!! great!' 를 남발했지.

 

자세히 보니 그 클레릭 이름 위로 R모 길드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어.

 

흠... 명불허전 모렐툴 최고의 한국 길드라 생각되어 절로 죶중딩의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구.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그 주변에서

 

나 역시 똑같이,

 

등뒤에서 달려든 샌드 자이언트의 핵꿀밤을 맞아

 

똑같이 운지하고 말았지.

 

다시 시체를 찾으러 터덜터덜 돌아오는데

 

계속 비통한 마음이 드는거야.

 

꼭 나를 살려줄 누군가가 필요한건 아니지만....

 

존나 뭔가 쓸쓸했지.

 

 

 

 

 

 

 

졸려서............ 여기까지............... 아... 자이언트 얘기가 왜나왔지 씨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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